우리가 이혼하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 중앙일보 (2024)

우리가 이혼하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 중앙일보 (1)이인철 변호사

하루에 333쌍, 한 시간에 14쌍이 이혼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씁쓸하지만 현실이다. 이인철 변호사는 이혼이라는 문제에 직면했을 때 많은 것을 고민해야 한다고, 감정을 앞세우기보다 더욱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결혼 생활에 너무 지쳐 서로를 보며 죽일 듯이 으르렁거리다가 으름장 놓듯이 한마디 한다. “이혼해. 이건 아니야.” 슬픈 듯, 미운 듯 그리고 측은한 듯 아내를 한참 쳐다보던 남편의 한마디 “그게 쉽니?” 남편의 그 한마디에 넘어갈 듯 답답했던 숨이 조금씩 쉬어진다. ‘그래, 그게 어디 쉽겠니. 어차피 정말 헤어질 것도 아닌데.’ 그렇게 뿔이 날 대로 난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진다.

결혼한 지 10년 정도 지난 정상적인 부부라면 누구나 살면서 한 번 정도는 오갔을 대화다. 만약 “우리는 살면서 한 번도 이혼하자는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어요”라고 한다면 그 부부는 정상적인 부부가 아니다. 차라리 매일 이혼하자고 악다구니를 쓰는 부부가 더 정상일 게다.

어떤 때는 밥 먹다 말고 숟가락 뒤로 돌려 뒤통수 한 대 내리쳐도 분이 안 풀릴 만큼 얄미운 게 남편이라는 존재지만, 그래도 그 어떤 이유를 더해도 이혼이라는 결정은 힘든 일이리라. 너랑 나랑 사귀자 하고 시작하는 그저 그런 사이가 아니라 그래도 삼시 세끼 내가 한 밥을 먹고, 내가 빨아준 속옷을 입고, 칫솔모 벌어지면 새 칫솔로 바꿔주고, 넥타이에 얼룩 생기면 지워 놓고, 남들 다 초대받은 생일잔치에 우리 아들만 못 갔을 때 그 분함을 함께 나눈 사람이 아니던가.

특히나 자식이 있다면 더욱 그럴진대, 만약 정말로 당신이 이혼을 해야겠다면 현명하게 잘 헤어져야 한다고 잔소리하는 사람이 있다. 이혼 전문 변호사 이인철. 언젠가부터 방송 여기저기에 나와 현명한 이혼, 행복한 이혼에 대해 잔소리를 시작하더니 이제는 떡하니 『여자들은 매일 이혼을 꿈꾼다』라는 책까지 냈다.

우리가 이혼하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 중앙일보 (2)언젠가부터 방송 여기저기에 나와 현명한 이혼, 행복한 이혼에 대해 잔소리를 시작하더니 이제는 떡하니 『여자들은 매일 이혼을 꿈꾼다』라는 책까지 냈다.

이혼이란 말이 낯설지 않다, 서글프게도

결혼 생활 10년이 넘어가면서 이제는 서로를 다 안다고 자신하는 부부가 많다. 그것도 모자라 내가 보는 네가 맞다, 자신의 생각과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네가 잘못했다고 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옭아매다 보면 이혼이라는 말이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만은 않다. 서글프게도 말이다.

“제가 이혼, 이혼 하니까 다들 저를 이혼하라고 권하는 사람인 줄 아세요. 정말 그런 게 아니에요. 제일 좋은 건 어떻게 해서든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거죠. 하지만 분명한 건 이혼이 최선인 부부들도 있어요. 그럴 때 더 현명하게 이혼하는 방법이 어떤 게 있을까 고민하자는 거죠.”

‘생방송 오늘 아침’ ‘세바퀴’ ‘황금알’ 등 각종 방송을 종횡무진하고 있는 이인철 변호사는 어쩔 수 없이 이혼을 하게 된다면 조금이라도 더 현명한 이혼, 행복한 이혼을 하라고 권한다. 말끔한 외모에 멋진 말솜씨까지 갖춰, 변호사보다는 방송 MC처럼 보이기 십상이다. 하지만 그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눠보면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조금이라도 약한 사람이 있다면 하나라도 더 도와주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거기다 전문성이라는 큰 매력까지 더한다.

그의 책 제목을 보며 느낀 ‘왜 매일 이혼을 꿈꾸는 사람이 남자가 아니라 여자일까?’라는 궁금증도 그의 성품에서 풀렸다. 바로 여자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약자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지금 사회가 남녀평등의 사회라지만 아직까지도 여자에게 불평등한 경우가 훨씬 많다. 더군다나 이혼이라는 문제가 부부 앞에 닥쳤을 때 그 불평등은 더욱 심해진다고 한다. 당연히 이혼 상담을 하러 오는 사람들은 주로 여자다.

“오늘날에도 남편에게 맞는 여자들이 있어요. 그것도 죽기 일보 직전까지요. 이렇게 심한 경우에는 자식들도 엄마에게 아버지와 헤어지라고 해요. 이 정도 되면 이혼이 최선인데, 그냥 뚝 헤어지면 여자에게 너무 불리하거든요. 이럴 때는 정말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해요.”

이렇다 보니 그의 책을 들여다보면 모든 시선이 여자 중심이다. 이혼 사례 역시 드라마를 예로 들며 쉽게 설명한다. 여자들이 보면 단박에 ‘아, 그때 그 드라마. 맞아, 그때 주인공이 이래서 이혼했지’ 하면서 고개를 끄덕일 만하게 엮었다.

“원래 드라마 보는 것을 좋아해요. 그리고 요새 드라마는 이혼 이야기가 빠지는 경우가 잘 없잖아요, 책을 쓰다 보니까 누구나 아는 이야기로 풀면 좋겠더라고요. 그래서 접목시켜봤죠.”

드라마 보는 변호사라니 일단 아줌마들과 이야기가 잘 통할 것 같다.

우리가 이혼하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 중앙일보 (3)아무리 우리나라가 많이 변했다고 한들 아직도 한 부모 가정을
고운 시선으로 보지 않아요. 사실 부부가 이혼을 했을 때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은 바로 자식들이거든요.
아이가 있다면 이혼에 더욱 신중해야 해요

이혼으로 가장 피해를 보는 건 아이들

사실 부부란 관계는 참 고약한 관계다. 생면부지 남남이 만나 정을 쌓고 평생을 함께하겠다며 맹세를 하고 둘 사이에 아이를 낳아 새로운 가족을 만든다. 그러면서 아니러니하게도 상대방의 원래 가족들을 마냥 고운 눈으로만 보지 않는다. 세상에 둘도 없이 좋다가도 상대의 결정적 실수 하나만으로 이혼이라는 법적 절차를 밟고 간단하게 도로 남남이 된다. 남만 되면 다행이다. 때로는 원수보다도 못한 관계가 되기도 한다. 이보다 더 얄궂은 관계가 있을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사는 관계, 그러니까 부모?자식 간이나 형제?자매간에 종이 한 장으로 그 관계를 뚝 정리해버리는 경우는 없다. 가족이라면서 종이 한 장으로 없던 일이 되어버리는, 살얼음판을 걷고 외줄 타기를 하고 있는 관계가 바로 부부이다.

우리나라의 전체 이혼자 수는 160만 명, 2011년 한 해에만 11만 쌍이 넘는 사람들이 갈라섰다. 구체적으로는 한 달에 1만 쌍, 하루에 333쌍, 한 시간에 14쌍이 이혼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씁쓸하지만 현실이다. 이혼이라는 문제에 직면했을 때 많은 것을 고민해야 한다고 이 변호사는 조언한다. 더 살벌한 현실은 이혼 전이 아니라 이혼 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혼 소송을 하면서 아무래도 감정의 골이 깊어질 수밖에 없어요. 책임 공방으로 이어지면 더욱 그렇고요.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더 꼼꼼하게 준비하면 좀 더 유리한 위치가 될 수 있죠.”

위자료의 액수는 혼인이 파탄에 이르게 된 원인, 잘못의 정도, 재산 상태, 생활의 정도, 혼인 기간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하여 정해진다. 남편의 외도로 이혼에 이르게 된 경우라면 파탄의 원인이 남편에게 있으므로 위자료를 남편이 지급하지만, 아내의 외도로 이혼을 하게 되면 그 반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내 상황이 어떤지 잘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혼 소송을 진행하면서 이 변호사가 특히 마음을 쓰는 부분은 바로 자식들의 문제다.

“아무리 우리나라가 많이 변했다고 한들 아직도 한 부모 가정을 고운 시선으로 보지 않아요. 사실 부부가 이혼을 했을 때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은 바로 자식들이거든요. 아이가 있다면 더욱 신중하게 이혼을 생각해야 해요.”

현직 교사가 귀띔하길, 아이들의 성적이 곤두박질치는 가장 큰 이유는 가정불화라고 한다. 이성 교제나 친구로 인한 문제는 의외로 간단하게 해결되기도 하지만 가정불화의 경우는 치유 기간도 길고 아이들의 방황이 끝없이 이어진다. 특히나 예민한 시기의 방황은 인생의 근간을 흔들기도 한다.

“부부야 헤어질 수 있다지만 부모?자식 간은 그게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이혼 소송을 진행할 때 부부가 아무리 사이가 좋지 않아도 아이에게만큼은 상대방을 좋은 사람이라고 말해줘야 해요. 그래야 아이들이 받는 충격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죠.”

장모·사위 간의 갈등도 수면 위로 떠올라

이혼의 이유도 세월에 따라 달라진다. 예전에는 남편의 외도나 고부 갈등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이제는 꼭 그렇지도 않다. 아내의 외도가 늘었고, 고부 갈등이 장모와 사위 간의 갈등으로 옮겨지고 있다. 이른바 시월드가 아니고 처월드다.

“자식을 적게 낳다 보니까 자식 사랑이 너무 지극한 거예요. 전에는 딸이 이혼하겠다고 하면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고 말렸어요. 하지만 이제는 아니에요. 딸이 사위에게 무시당한다고 생각하면 못 참는 거죠. 장모 눈치 보는 사위가 정말 많아요.”

배울 만큼 배우고 능력 있는, 애지중지 키운 내 딸이 뭐가 모자라 참고 사느냐며 친정엄마가 나서서 이혼을 종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제는 더 이상 시어머니가 잘난 아들 앞세워 며느리를 내모는 세상이 아니다. 그리고 더 이상 외도가 남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아내의 불륜으로 이혼에 이르는 경우도 많이 늘었다.

“어느 날 한 남자가 찾아왔어요. 아내가 회사 동료와 불륜을 저지른 것 같다고. 그래서 찾아가봤더니 엉뚱한 남자랑 있더래요. 알고 보니 한 남자만 만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문어발 연애를 하고 있었던 거예요.”

아내의 불륜과 관련해 이 변호사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사실 여자는 남자들처럼 즐기듯이 외도를 하는 경우는 드물고 남편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다 보니 그 외로움에 다른 남자를 만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남자들이 잘하면 분명히 여자들의 외도는 많이 줄 거예요. 집에서 행복한 경우 바람을 피우는 여자는 정말 드무니까요.”

씨익 웃는 얼굴, 여자를 많이 이해할 줄 아는 남자다. 그렇다면 이혼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그는 이혼을 전문으로 다루다 보니 많은 사건들 안에서 다양한 사례를 보며 어떡하면 좀 더 나은 결혼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을 많이 한단다.

“나 자신을 조금만 더 사랑하고, 상대방을 자꾸 바꾸려 하지 말고 그냥 이해하려 하고, 자식만큼 내 배우자를 사랑하고, 부부 관계도 적당히 하고, 그러다 보면 이혼하고 거리가 멀어질 거예요.”

참 어려운 일인데, 쉽게 이야기한다. 어쩌면 결혼 생활이라는 것은 이해 과목이 아니라 암기 과목인지 모르겠다. 그저 넌 그렇구나 하고 꾸역꾸역 외워야 하는 암기 과목. 이해해서 답을 쓰는 게 아니라 손이 저절로 가서 답을 쓰게 되는 암기 과목. 이혼 전문 변호사가 본 황당한 이혼 소송은 어떤 것이 있을까 궁금하다.

“황당하다기보다는 서로가 잘 몰라서 생긴 사건이 있어요. 신혼여행을 가서 잠자리에 들었는데 남자가 처음이었던 거예요. 남자가 잠자리에서 어설픈 걸 보고 여자는 남자에게 문제가 있다고 난리, 남자는 여자가 너무 밝힌다고 난리였죠. 그래서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제가 오해를 풀어줬어요.”

아내와 남편이 똑같으면 무슨 재미인가

늘 이혼 소송을 달고 사는 그의 결혼 생활은 어떨가. 그도 이혼 생각을 한 적이 있을까?

“왜 없겠어요. 신혼 때는 ‘우리 정말 맞느냐’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어요. 그런데 서서히 인정하게 되더라고요. ‘아, 내 아내는 이런 사람이구나’라고. 그러면서 사는 거죠, 뭐.”

그는 사람 좋아하고, 좋은 게 좋은 긍정적인 스타일이다. 반면에 그의 아내는 완벽을 기하는 꼼꼼한 스타일이다. 그렇다 보니 서로를 볼 때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조금 편안하게 생각하지’ ‘왜 저렇게 흘리고 다닐까?’ 그래도 부부는 잘 굴러가고 있다.

아내와는 대학 다닐 때 정말 촌스러운 과 팅으로 만났다. 처음에는 친구처럼 지내다가 서서히 연인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둘 다 시험 준비를 했어요. 저는 사법고시, 아내는 임용고시. 그런데 전 계속 떨어지고 아내는 단번에 붙은 거예요. 이후 5년 동안 아내가 절 기다려줬어요. 맛있는 것도 사줘가면서. 그때 기다려준 것 때문에도 꼼짝 못해요.”

쇼핑 좋아하는 남편은 물건 하나를 사도 깐깐하게 따지는 아내에게 늘 잔소리를 듣는다.

“아직도 혼나요. 물건 사기 좋아한다고, 그래도 술 담배 안 하니까 이 정도 쇼핑하는 건 괜찮은 거 아닌가요?” 아내는 분명히 미술 선생님인데 잔소리할 때는 꼭 도덕 선생님 같다며 키득거린다. 역시 부부들 사는 모습은 다 똑같다. 어느 한쪽이 느슨하면 다른 한쪽이 타이트한 것이. 다 똑같으면 또 무슨 재민가?

점잖은 법조인들 사이에서 이인철 변호사는 별종 중에 별종이다. “학교 다닐 때도 마냥 공부만 하는 학생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성적도 학년 따라 달랐어요. 고1 때는 잘하다가 2학년 때는 막 놀다가 3학년 돼서 정신 차리고 또 하고. 그래서 고시 붙는 데도 시간이 걸렸나 봐요. 놀고 싶으면 놀아야 하니까” 하며 쑥스러운 듯 웃는다.

어쩌다 보니 변호사가 됐는데, 우연히 하게 된 방송이 참 재미있었다. 변호사로 살면서 느꼈던 딱딱한 세상이 아니라 변화무쌍한 세상이었다. 게다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좋았다. 사람 좋아하고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호기심 많은 그의 적성과 딱 맞았다.

“앞으로 제 이름을 걸고 제대로 된 법정 드라마를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슬슬 준비 중이고요. 물론 변호사 일도 열심히 해야죠.”

집시들은 결혼을 할 때 이런 맹세를 한다고 한다. “내가 당신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면 당신을 바로 떠나겠습니다.” 참 이상한 맹세도 다 있다 싶다가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본다.

이런 맹세를 하고 결혼을 한다면 그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 노력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한 결혼 생활을 만들지 않을까? 어쩌면 서로의 아주 작은 노력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는 것이 우리네의 결혼 생활일지 모르겠다. 결혼 전보다 10kg이나 찐 몸매나 눈곱 낀 얼굴도 그저 예쁘다 예쁘다 하면서

이인철 변호사

기획_강승민 기자 글_문수현(프리랜서) 사진_이재희(studio l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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